20여 년 전, 김포공항 근처에서 길을 묻던 몽골 분들의 모습이 지금도 가끔 떠오릅니다. 그때는 그냥 지나쳤는데, 돌이켜 보면 그게 제가 몽골이라는 나라를 처음 의식한 순간이었습니다. 징기스칸과 고비사막의 나라로만 알고 있던 몽골이, 지금은 세계에서 한국 문화를 가장 가까이서 체험하는 나라가 됐다는 사실이 적잖이 놀랍습니다. 울란바토르, 분지에 갇힌 도시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완전한 분지 지형입니다. 분지(盆地)란 주변이 산이나 고지로 둘러싸여 공기 순환이 잘 되지 않는 지형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거대한 그릇 안에 도시가 들어앉은 형태입니다. 이 구조가 왜 문제냐면, 도시에서 발생하는 오염 물질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그대로 쌓이기 때문입니다.원래 소련이 이 도시를 설계할 때 상정한 인구는 고작 15만~..
솔직히 저는 처음 태국 여행에서 트랜스젠더쇼를 봤을 때, 공연이 끝나고 다가오는 분들이 남성이라는 걸 한참 뒤에야 알았습니다. 어머님들은 "왠민한 여자 뺨친다"며 웃으셨는데, 그 순간 저도 복잡한 감정이 들었습니다. 태국엔 왜 이렇게 트랜스젠더가 많은 걸까, 그리고 그게 정말 자연스럽게 문화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 그 궁금증이 이 글의 출발점입니다. 까터이-태국 트랜스젠더 문화의 진짜 뿌리태국에 트랜스젠더가 많은 이유를 찾다 보면 온갖 설이 등장합니다. '전쟁을 피하려고 아들을 여장시켰다', '땅의 음기가 강하다', '태국어 억양이 부드러워서 남성이 여성화된다'는 이야기까지 있습니다. 제가 처음 이런 설명을 들었을 때는 꽤 그럴듯하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면 대부분 근거가 없는 속설입니다.태국 트랜스젠..
제가 해외 여행을 처음 나갔을 땐 동남아를 그냥 '싸고 더운 나라들' 정도로 뭉뚱그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동남아 11개국 중 9개국을 직접 돌아다니다 보니, 이 나라들이 왜 서로 으르렁대는지, 왜 어떤 나라는 관광객한테 바가지를 씌우는지, 왜 거리마다 오토바이가 넘쳐나는지—그게 다 이유가 있더군요. 역사를 모르고 동남아를 여행하면 절반도 못 보고 오는 셈입니다. 국가관계: 비슷해서 더 싸우는 나라들제가 캄보디아 씨엠립에서 앙코르와트를 처음 봤을 때, 가이드가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이 유적의 소유권을 태국이 아직도 주장합니다." 처음엔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핸드폰으로 찾아보니 진짜였습니다.동남아 11개국은 크게 대륙권과 해양권으로 나뉩니다. 대륙권은 미얀마·태국·라오스·캄보디아·베트남이..
솔직히 저는 한국 콘센트가 220V로 바뀐 게 단순한 기술 업그레이드 정도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파나소닉이 해체를 발표하고, 샤프가 폭스콘에 팔리고, 소니가 TV 경영권을 중국에 넘겼다는 뉴스를 줄줄이 접하면서 뭔가 훨씬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알고 보니 그 뿌리에는 콘센트 구멍 하나, 정확히는 전압 숫자 두 개가 있었습니다. 100V의 함정 —일본이 스스로 판 구덩이제가 어릴 때 주변 어른들이 일본 제품을 쓰려면 변압기를 따로 사야 한다고 투덜거리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엔 그냥 불편한 거라고 넘겼는데, 그게 사실은 두 나라 산업의 운명을 가르는 물리적 장벽이었다는 걸 나중에서야 이해했습니다.일본의 전력 시스템이 100V에서 출발한 건 1895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도쿄전등이 독..
베트남이라고 하면 호찌민, 하롱베이, 쌀국수 정도를 떠올리는 분이 대부분입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그런데 직접 이것저것 찾아보다 보니, 베트남은 북부와 남부의 역사가 완전히 다른, 어쩌면 두 개의 나라가 합쳐진 곳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 사실 하나만 알아도 여행의 밀도가 달라집니다. 남북이 다른 나라처럼 느껴지는 이유-베트남 역사여행을 좋아하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그 나라의 역사를 먼저 찾아보게 됩니다. 처음 배낭여행을 떠났을 때는 그냥 현지에서 부딪히며 배우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면 그때 놓친 것들이 꽤 많았습니다. 베트남을 본격적으로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제가 가장 먼저 받은 충격은 "북부와 남부가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는 것이었습니다.베트남 북부는 기원전 한나라의 지배 아..
베트남 여행 하면 무조건 다낭이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낭을 찾는 한국인 비중은 전성기의 절반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 베트남을 찾는 한국인 전체 숫자는 오히려 늘었는데, 정작 다낭에서만 한국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다낭이 아직 조용하던 시절에 처음 발을 들였던 사람으로서, 지금 이 현상이 단순한 유행의 이동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성비가 무기였던 도시, 그 무기가 흔들리다다낭이 한국인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은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압도적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입니다. 여기서 가성비란 지불한 금액에 비해 얻는 만족이 현저히 높은 상태를 말하는데, 다낭은 그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춘 곳이었습니다. 인천에서 4시간 반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