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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여행 하면 무조건 다낭이라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낭을 찾는 한국인 비중은 전성기의 절반 아래로 내려앉았습니다. 베트남을 찾는 한국인 전체 숫자는 오히려 늘었는데, 정작 다낭에서만 한국인이 사라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다낭이 아직 조용하던 시절에 처음 발을 들였던 사람으로서, 지금 이 현상이 단순한 유행의 이동인지 아니면 구조적인 문제인지를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성비가 무기였던 도시, 그 무기가 흔들리다
다낭이 한국인 사이에서 폭발적으로 인기를 얻은 이유는 딱 하나였습니다. 압도적인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입니다. 여기서 가성비란 지불한 금액에 비해 얻는 만족이 현저히 높은 상태를 말하는데, 다낭은 그 조건을 거의 완벽하게 갖춘 곳이었습니다. 인천에서 4시간 반이면 닿고, 오성급 리조트가 하룻밤에 10만 원대, 미케비치 앞에서 쌀국수 한 그릇에 마사지까지 받아도 하루 예산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으니까요.
제가 처음 다낭을 찾았던 건 아시아나와 대한항공이 수도 하노이도, 제2의 도시 호찌민도 아닌 이 도시에 나란히 취항한다는 사실에서 시작됐습니다. 대형 항공사가 수익성 없는 노선을 유지할 리 없다는 판단에서였는데, 실제로 가보니 갓 지어진 호텔, 바다 바로 앞 전망,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호이안이 가깝고, 세계에서 두 번째로 긴 케이블카에서 내려다보이는 시내 풍경까지, 당시엔 관광객도 드물고 그 모든 게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다낭의 숙박비는 같은 급의 시설 기준으로 냐짱보다 적게는 3배, 많게는 5배까지 비싸다는 현지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다낭시 인민위원장이 공식 회의석상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비싼 숙박료 때문에 냐짱을 더 선호하고 있다"라고 직접 발언했을 정도입니다(출처: 바오다낭). 한 도시의 최고 책임자가 공개적으로 경쟁 도시에 손님을 빼앗기고 있다고 인정한 셈입니다.
바나힐 입장료도 성인 한 명에 약 4만 9,000원 수준이라 가족 4인이라면 문 앞에서만 20만 원 가까이 빠져나갑니다. 전체 베트남 여행 물가 자체는 코로나 이전 대비 10~15% 상승에 그쳤다는 시각도 있습니다만, 문제는 상승폭이 아니라 낙차입니다. 다낭이 사랑받은 이유가 '조금 저렴한 곳'이 아니라 '압도적으로 저렴한 곳'이었기 때문에, 그 압도감이 사라진 순간 존재 이유의 상당 부분이 흔들리는 겁니다.
오버투어리즘이 부른 바가지와 신뢰의 균열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란 한 지역에 관광객이 수용 한계를 초과해 몰리면서 지역 환경과 서비스 품질이 동시에 저하되는 현상을 뜻합니다. 다낭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정확히 이 함정에 빠졌습니다. 한국인 관광객 비중이 전체 외국인의 60~70%에 달하던 시절, 거리에서 들리는 말의 대부분이 한국어였고, '경기도 다낭시'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였습니다.
사람이 몰리면 돈이 몰리고, 돈이 몰리면 그 돈을 노리는 구조도 함께 만들어집니다. 다낭 공항에서 한국인 관광객에게 정상 요금의 20배에 달하는 택시비를 청구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공항에서 시내까지 원래 8,000원이면 갈 거리를 11만 원에 가깝게 받은 겁니다. 해당 기사는 적발되어 전액 환불 조치가 내려졌고, 다낭 경찰 역시 이런 운임 사기가 관광도시 이미지에 치명적이라고 공식 인정했습니다(출처: ASEAN Today).
제 경험상 이건 단순히 한두 명의 나쁜 마음에서 비롯된 문제가 아닙니다. 관광객이 과밀하게 몰리면 현지 상인 입장에서는 어차피 교체될 손님이라는 인식이 생기기 쉽습니다. 해산물 식당에서 메뉴판 가격과 계산서 금액이 다르다거나, 랍스터 두 마리 세트가 27만 원 수준으로 청구된다는 후기가 반복적으로 올라오는 것도 이 구조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더 무서운 건 SNS 확산 속도입니다. 예전이라면 피해 한 명의 기억으로 끝났을 일이 지금은 유튜브 영상 하나, 블로그 글 하나로 수십만 명에게 퍼집니다. 실제 피해자는 한 명인데 발길을 돌리는 사람은 수천 명이 되는 겁니다. 저는 다낭에 정을 줬던 사람일수록 이 배신감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처음부터 비쌌던 곳이 비싼 건 그냥 원래 그런 곳이지만, 저렴해서 좋아했던 곳이 달라지면 단순히 아쉬운 걸 넘어서는 감정이 생기거든요.
- 공항 택시 요금 사기: 정상가의 최대 20배 청구 사례 반복
- 해산물 식당 이중 계산서: 메뉴판과 청구서 금액 불일치
- SNS 확산으로 피해 경험이 잠재 방문객의 사전 불신으로 전이
- 다낭 경찰 스스로 "관광 이미지에 치명적"이라고 공식 인정
항공편 감편, 끊긴 것과 좁아진 것은 다릅니다
인터넷에는 다낭행 비행기가 전면 중단됐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습니다. 이건 사실과 다릅니다. 정확히 말하면, 저가 항공사(LCC) 일부 편이 줄어든 것이고 대한항공·아시아나 같은 대형 항공사의 다낭 노선은 지금도 정상 운항 중입니다. 저는 처음 다낭 여행을 결심한 이유도 바로 이 두 대형 항공사가 동시에 취항한다는 사실이었는데, 그 사실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감편의 원인은 다낭에 있지 않습니다. 중동발 분쟁으로 인한 국제 항공유 가격 급등이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유류할증료(Fuel Surcharge)란 항공유 가격 변동에 따라 항공권에 별도로 부과하는 추가 요금입니다. 이 할증료가 한때 왕복 기준 35만 원에 육박하는 수준까지 오르면서 항공사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됐고, 에어프레미아를 비롯한 저가 항공사들이 수익성이 낮은 노선의 운항 횟수를 줄였습니다. 에어프레미아의 경우 다낭뿐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노선도 30%를 줄였다는 점에서, 이건 다낭만 겨냥한 결정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제가 보기에 핵심은 이겁니다. 다낭 가는 길이 막힌 게 아니라, 싸게 가는 길만 좁아진 겁니다. 저렴한 직항으로 가성비를 극대화하던 여행 공식이 흔들리면서, 다낭의 매력이 더 민감하게 비용 계산기에 노출된 셈입니다. 입국 절차 측면에서는 2026년 7월 1일부터 온라인 사전 입국 신고(PAI, Pre-Arrival Information)가 의무화됐다는 점도 참고할 만합니다. PAI란 항공기 탑승 전 미리 인적 사항과 여행 정보를 온라인으로 제출하는 절차로, 사전에 준비하면 입국 심사가 빠르게 처리됩니다.
빠진 한국인, 냐짱(나트랑)과 풋꾸옥이 채우다
숫자만 보면 혼란스럽습니다. 2025년 한 해 베트남을 찾은 한국인은 약 433만 명으로 해외 여행지 2위를 유지했고, 2026년 1분기에만 132만 명이 넘게 다녀왔습니다. 전체 베트남행 한국인은 늘었는데 다낭 현장에서는 한국인이 사라진 느낌이 든다는 역설은, 결국 목적지가 이동했다는 뜻입니다.
그 첫 번째 행선지가 냐짱(나트랑)입니다. 2025년 냐짱(나트랑)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 260만 명 중 한국인이 120만 명으로, 코로나 이전 국적별 3위에서 2025년 기준 1위로 올라섰습니다. 다낭시 인민위원장이 걱정했던 그 예측이 현실이 된 겁니다. 풋꾸옥도 현지에서 이미 '제3의 다낭'이라고 불릴 만큼 한국인 방문이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여행 방식의 변화도 한 축을 담당합니다. 팬데믹 이전 한국인의 평균 해외 체류 기간은 4.5일이었는데, 지금은 3~4일로 줄었습니다. 게다가 단체 패키지 대신 자유 여행으로 흩어지면서, 같은 도시에 있어도 특정 거리나 한인 상점에 집중되던 방문 밀도가 크게 낮아졌습니다. 총량은 늘어도 특정 상권이 체감하는 한국인 숫자는 줄어드는 이유입니다.
저는 이 흐름을 단순히 '다낭이 밀렸다'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사람들이 화를 내며 떠난 게 아니라, 조용히 옆자리로 옮겨 앉은 것에 가깝습니다. 소비자는 언제나 더 만족스러운 곳을 찾아 이동하고, 그 이동은 대개 소리 없이 이루어집니다. 다낭이 재방문 동기를 복원한다면 사람들은 돌아올 수 있습니다. 미케비치도, 호이안 구시가지도, 바나힐의 골든 브리지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기 때문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지금 다낭 여행 가도 괜찮나요? 위험하지 않나요?
A. 다낭이 특별히 위험한 도시라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공항 택시보다는 그랩(Grab) 같은 앱 기반 차량을 이용하고, 해산물 식당에서는 주문 전 무게 단가와 총액을 명확히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야시장처럼 사람이 밀집하는 곳에서는 소지품 관리에 유의하면 충분합니다. 대다수 방문객은 별 문제 없이 즐기고 돌아옵니다.
Q. 다낭 대신 나트랑이 진짜 더 저렴한가요?
A. 같은 등급의 숙소 기준으로 나트랑이 다낭보다 저렴하다는 의견이 많고, 다낭시 인민위원장도 공식 회의에서 이 점을 직접 언급했습니다. 다만 항공편 수와 비행시간, 관광 인프라를 함께 따져야 하며, 개인의 여행 스타일에 따라 체감 차이는 다를 수 있습니다. 저렴함만 본다면 나트랑이 현재로선 유리한 구조인 것은 사실입니다.
Q. 다낭행 비행기가 없어진다는 말이 사실인가요?
A. 전면 중단은 사실이 아닙니다. 에어프레미아 등 일부 저가 항공사가 특정 기간 특정 편을 줄인 것이며, 대한항공·아시아나·베트남항공의 다낭 노선은 현재도 정상 운항 중입니다. 고유가로 인한 저가 항공 전반의 구조 조정 여파로 봐야 하며, 다낭만 겨냥한 폐선이 아닙니다.
Q. 베트남 입국할 때 건강 신고서 꼭 내야 하나요?
A. 2026년 7월 기준으로 건강 신고서는 상시 의무 사항이 아닙니다. 다만 온라인 사전 입국 신고(PAI)는 2026년 7월 1일부터 의무화됐으므로, 출발 전에 반드시 완료해 두는 것이 좋습니다. 출국 전 베트남 이민국 공식 채널에서 최신 지침을 확인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결론
다낭이 끝났다는 말은 성급합니다. 미케비치도, 호이안의 등불 거리도, 바나힐의 골든 브리지도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하루 5만~7만 원이면 현지식 한 끼에 마사지까지 가능한 여행지입니다. 대형 항공사 노선도 정상입니다. 제가 처음 다낭을 찾았을 때 느꼈던 그 설렘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닙니다.
그러나 끝난 건 '무조건 다낭'이던 시대입니다.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대책 없이 관광객만 늘어난 결과, 가성비 이미지는 무너지고 바가지 이미지는 쌓였습니다. 리피터(Repatriating Visitor), 즉 재방문 관광객을 만들어내지 못하면 관광도시는 신규 방문객 수치와 무관하게 속이 비기 시작합니다. 다낭이 왕관을 되찾으려면 화려한 리조트 로비 안이 아니라, 정문에서 500미터 바깥 그 조용한 골목부터 바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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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의 남부와 북부의 차이 | 남북 역사, 음식 문화, 쌀국수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c6azeEG59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