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를 올리면 통화 가치가 오른다는 게 경제 교과서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2026년 6월 일본이 기준금리를 0.75%에서 1%로 올린 직후, 엔화는 오히려 달러당 162엔대까지 떨어졌습니다. 저도 처음엔 "잠깐, 이게 맞는 건가?" 하고 화면을 다시 들여다봤습니다. 그 의문이 결국 일본 경제 전체를 다시 들여다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GDP 순위 하락, 진짜 의미는 따로 있었다일반적으로 GDP 순위가 밀리면 그 나라 경제가 나빠졌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 "일본이 인도에 4위 자리를 내줬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그렇게 받아들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수치를 보고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IMF의 2025년 명목 GDP(Gross Domestic Product, 국내총생산) 집계에 따르면 인도는 ..
비행기를 타고 유럽 출장을 다녀온 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늘 위에서 내려다보면 바다는 그냥 넓고 자유로운 공간처럼 보이는데, 실제로 그 바다 위를 달리는 수만 척의 선박들은 단 몇 개의 좁은 길목에 갇혀 있다는 사실 말입니다. 전 세계 화물의 60% 이상이 전체 바다 면적의 0.1%도 안 되는 해협들을 통과합니다. 한국의 수출입 물동량 대부분도 이 바늘구멍 같은 통로를 지나고 있고요. 이 길 중 하나라도 막히면 우리 일상의 물가와 에너지 가격이 순식간에 요동칩니다. 올해 호르무즈 해협 긴장이 고조되면서 실제로 그걸 피부로 느꼈습니다. 지정학적 요충지-해협은 왜 '숨통'인가일반적으로 바다는 사방이 열려 있어 어디로든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
암스테르담에 처음 발을 내딛던 날, 저는 운하보다 자전거를 먼저 봤습니다. 키가 180cm는 되어 보이는 남녀들이 정장 차림이든 캐주얼이든 아랑곳없이 자전거를 타고 물 흐르듯 지나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봐온 터라 처음엔 별생각이 없었는데, 직접 걷고 지켜보면서 이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는 걸 금세 깨달았습니다. 네덜란드는 자전거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도시 그 자체를 설계하는 기준이 되어 있었습니다. 자전거 인프라,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네덜란드가 처음부터 자전거 천국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도 여행 전까진 막연히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면 1950~1960년대 네덜란드도 자동차 보급이 급격히 늘던 나라였습니..
솔직히 저는 치앙마이에서 배낭여행을 할 때까지만 해도 "왜 어떤 나라는 가난하고 어떤 나라는 부유한가"를 개인의 노력이나 문화 차이 정도로만 이해했습니다. 그런데 대만인 여행자와 밤새 이야기를 나누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쉽게 말이 통하고 관심사가 비슷한 건, 혹시 지리적 조건이 만들어낸 비슷한 역사를 공유해서가 아닐까. 바다가 있느냐 없느냐, 산맥이 어디에 있느냐, 이런 것들이 사실은 나라의 운명을 가르는 핵심이었습니다. 내륙이라는 족쇄, 바다가 없다는 것의 의미제가 세계 지도를 들여다보면서 처음으로 충격을 받은 사실이 하나 있습니다. 지구상에 바다가 없는 내륙국(landlocked country)이 무려 44개국이나 된다는 점입니다. 여기서 내륙국이란 어느 방향으로도 바다와 ..
브루나이를 처음 여행했을 때였습니다. 한국인도, 일본인도 거의 보이지 않던 그 조용한 나라에서 중국 식당 하나를 발견하고 멈춰 섰습니다. '여기까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게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172개국에 6천만 명 이상이 흩어져 사는 화교(華僑)의 역사는, 단순한 이민 이야기가 아니라 수천 년에 걸친 생존의 기록이었습니다. 차이나타운은 왜 생겼을까-화교 디아스포라의 뿌리차이나타운이 처음부터 누군가의 계획으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이 역사를 들여다보면서 오히려 정반대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차이나타운은 계획이 아닌 생존의 산물이었습니다.이야기는 진시황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농업을 통치의 근본으로 삼고 상업과 유학을 탄압했던 진나라를 피해 수많은 사람들이 중앙의 권력..
솔직히 저는 유럽 여행 전까지 창문에 방충망이 없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실감을 못 했습니다. 막연히 '유럽엔 모기가 없나?' 싶었는데, 독일에서 머물던 첫날 밤에 어마어마한 크기의 왕벌이 방 안으로 들어와 그놈 잡느라 밤을 꼬박 샌 적이 있습니다. 그때서야 비로소 "이건 단순한 문화 차이가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럽의 창문이 방충망 없이도 유지되는 데는 건축 구조, 역사적 세금 제도, 그리고 기후라는 세 가지 이유가 복잡하게 얽혀 있습니다. 창문세와 건축자재가 만들어낸 새로 창문유럽 여행을 하다 보면 건물 외벽에 세로로 길쭉한 창이 줄지어 박혀 있는 걸 보게 됩니다. 처음엔 그냥 디자인 취향인가 싶었는데, 알고 보니 이건 수백 년에 걸친 건축 구조와 세금 역사의 산물이었습니다.유럽의 전통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