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스테르담에 처음 발을 내딛던 날, 저는 운하보다 자전거를 먼저 봤습니다. 키가 180cm는 되어 보이는 남녀들이 정장 차림이든 캐주얼이든 아랑곳없이 자전거를 타고 물 흐르듯 지나가는 장면이었습니다.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을 봐온 터라 처음엔 별생각이 없었는데, 직접 걷고 지켜보면서 이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라는 걸 금세 깨달았습니다. 네덜란드는 자전거가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도시 그 자체를 설계하는 기준이 되어 있었습니다. 자전거 인프라,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게 아닙니다네덜란드가 처음부터 자전거 천국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도 여행 전까진 막연히 그렇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들여다보면 1950~1960년대 네덜란드도 자동차 보급이 급격히 늘던 나라였습니..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운하 옆에 서서 집들을 올려다보던 순간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건물과 건물이 한 치의 틈도 없이 붙어 있고, 창문도 유난히 작아서 처음엔 그냥 그게 유럽 특유의 미감인 줄만 알았습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다닥다닥 붙은 구조 뒤에는 중세 유럽이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낸 치밀한 생존 논리가 숨어 있었습니다. 성벽 조시가 만든 구조-왜 집이 붙어 있을 수밖에 없었나저도 처음엔 유럽 골목이 그냥 예스럽고 정겨워서 좋다고만 생각했습니다. 어릴 적 우리 동네 골목을 뛰어다니던 기억이 겹쳐서인지, 낯선 도시인데 묘하게 익숙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미로 같은 골목의 정체를 제대로 들여다보니, 이건 낭만이 아니라 생존의 산물이었습니다.서로마 제국이 5세기에 무너진 뒤, 유럽은 오랫동안 혼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