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지도를 펼쳐 놓고 브루나이를 찾으면 말레이시아 땅 사이에 비집고 들어간 작은 점 하나가 보입니다. 2005년 코타키나발루에서 하루 자유 시간이 생겼을 때, 저는 별생각 없이 로얄 브루나이 항공에 올랐습니다. 30분도 채 안 걸려 도착한 그 나라에서 제가 마주친 건, 교과서 속 동남아시아가 아니었습니다. 석유로 움직이는 나라, 술탄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나라. 반나절 동안 둘러본 브루나이는 그 어느 여행지보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지리가 만든 요새, 브루나이의 생존 방정식코타키나발루에서 비행기가 이륙하자마자 창밖으로 보이는 건 끝없는 열대우림이었습니다. 그 정글 북쪽 해안 어딘가에 브루나이가 있다는 게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실제로 브루나이는 총면적 5,765㎢, 경기도의 절반 남짓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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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8. 17. 23:35